인플레이션과 내 자산 (실질수익률, 방어자산, 포트폴리오)
솔직히 저는 물가가 오를 때 예금 이자가 버텨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통장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1년 뒤 마트 영수증을 들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그 시기 제가 보유했던 예금, 주식, 금, 리츠, 채권의 실질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비교한 기록입니다.
예금이 안전하다는 착각, 저도 했습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던 시기에 저는 여유자금 대부분을 정기예금에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예금 금리는 연 3퍼센트 초반이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가 5퍼센트를 넘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란 가계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흔히 '물가 온도계'라고 불립니다.
계산해보면 단순합니다. 명목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을 실질수익률(Real Rate of Return)이라고 합니다. 실질수익률이란 돈의 실제 구매력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저의 경우 3%에서 5%를 빼면 -2%가 됩니다. 통장 숫자는 늘었는데 실제로는 손해를 본 셈입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통계청 전체 물가지수가 아니라 제 소비 패턴을 기준으로 따로 계산해봤을 때였습니다. 외식비와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의 지출 구조에서 체감 물가상승률은 공식 수치보다 1~2퍼센트포인트 더 높게 나왔습니다. 평균 지표를 믿고 안심한 게 제 실수였습니다.
자산별 실질수익률,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같은 시기 제가 조금씩 나눠 보유했던 자산들의 성적은 꽤 달랐습니다. 어떤 자산이 물가를 버텨냈고, 어떤 자산이 제대로 녹아내렸는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 현금성 예금: 명목수익률 약 +3%, 실질수익률 약 -2%.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질 손실이 가장 컸습니다.
- 국내 주식: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물가와 함께 일정 부분 오르는 경향이 있어 실질수익률이 소폭 플러스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은 여전했습니다.
- 금(Gold):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 자산으로 오랫동안 검증된 자산입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특정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그 시기 금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임대료가 물가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방어력이 괜찮았습니다. 소액으로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 저도 조금 담아두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선방했습니다.
-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 때문에 가장 부진했습니다. 고정된 이자를 받는 특성상 물가가 오르면 그 이자의 실질 가치까지 함께 떨어지는 이중 타격을 받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론으로 알던 것과 체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부동산도 살펴봤는데, 실물자산이라 방어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시기에는 금리 인상으로 담보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가격이 눌렸습니다. 부동산의 방어력은 물가 자체보다 금리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방어자산 비중을 늘리며 지금은 이렇게 바꿨습니다
이 경험 이후 비상자금을 제외한 여유자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확정이자 상품에 오래 묵혀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 보이는 시기에는 금이나 리츠, 원자재 관련 자산의 비중을 조금 늘리고, 반대로 물가가 안정되는 국면에서는 채권 비중을 다시 높이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물가 흐름을 매번 정확하게 예측해서 자산을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세운 원칙은 "처음부터 여러 자산군을 골고루 담아두는 것"입니다.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란 주식, 채권, 현금, 대안투자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비율에 따라 나눠 보유하는 전략입니다. 어떤 시기가 오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 방향으로 크게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금성 자산도 일반 예금 대신 파킹통장이나 물가연동채(TIPS, 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로 일부 옮겼습니다. 물가연동채란 원금과 이자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되어 자동으로 조정되는 채권으로, 물가가 오를수록 받는 이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국내에서는 종류가 많지 않아 소액으로 시작해 경험을 쌓는 정도로 비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물가연동국채가 대표적인데, 접근 방법을 미리 파악해두면 활용 폭이 넓어집니다.
내 포트폴리오, 지금 인플레이션을 버틸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저는 이 질문을 주기적으로 꺼내봅니다. 시장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늘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지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만들더라고요.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 저는 다음 기준을 씁니다. 현금성 자산의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지, 물가 방어력이 있는 자산(금, 리츠, 물가연동채)의 비중이 너무 낮지 않은지, 그리고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몰려 있지 않은지. 이 세 가지를 반기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실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일수록 채권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금리 방향이 바뀔 때 채권 가격이 먼저 반응한다는 점, 제 경험상 이건 항상 예상보다 빠르게 옵니다. 미리 분산해두지 않으면 뒤늦게 후회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플레이션 시기에 예금이 손해라면 현금을 어디에 둬야 하나요?
A. 단기적으로 파킹통장처럼 금리가 유연하게 따라오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연동채나 금 같은 실물 연동 자산으로 일부를 이동하면 실질 구매력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부 옮기기보다 비상자금은 따로 두고 여유자금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Q. 금이 인플레이션 방어에 효과적이라는 게 항상 맞는 말인가요?
A. 장기적으로는 그런 경향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금 가격이 오히려 눌리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금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자산"보다는 "포트폴리오 전체의 충격 완화 장치"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Q. 채권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A. 일반 채권은 물가 상승기에 불리하지만, 물가연동채는 오히려 방어력이 있습니다.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보이는 구간에서는 일반 채권도 다시 유효해집니다. 채권 전체를 피하기보다 종류를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 리츠(REITs)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나요?
A.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주식처럼 소수 단위로 매수할 수 있어 수만 원 단위부터 시작 가능합니다. 임대료 수익을 배당으로 받는 구조라 물가 상승기에 일정한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라 금리 환경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한 번 지나가면 끝이 아닙니다. 다음에 또 올 수 있고, 그 형태도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이 경험에서 건진 가장 실용적인 교훈은 "어느 자산이 좋다"가 아니라 "미리 나눠두면 어떤 시기든 덜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 자산 중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자산이 있다면, 비중이 적절한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을 권합니다.